[오피니언] 새 북풍의 조연

　　영화 왕의 남자가 흥행에 성공했을 때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곧잘 노무현의 남자로 묘사되곤 했다. 실세총리로 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데다 대통령의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명숙 총리가 물러나기로 했을 때 노 대통령이 이해찬 같은 사람 어디 없느냐고 아쉬워했을까. 그는 지금도 청와대 정무특보로 노 대통령을 곁에서 돕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오늘부터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한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의 초청에 따라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동북아평화체제 구축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당의 공식 설명이다. 청와대와 통일부도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가 때인 데다 그와 노 대통령과의 관계로 미루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위장용 방북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동북아평화위원장이라는 자리도 급조됐다.

　　지난해 6월 무산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다. 그는 노 대통령과 DJ를 잇는 몇 안 되는 인사 중 하나다. DJ 덕에 국회의원이 됐고 DJ 정권 시절 초대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얼마 전 DJ의 최측근인 권노갑 씨가 사면되자 함께 골프를 칠 정도로 동교동계 사람들과 가깝다. 햇볕정책의 사수를 위해서라도 방북을 바라는 DJ를 위해 그가 총대를 멜 수도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양해가 있어야 하지만.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6월 평양에서 열릴 615 남북공동성명 채택 7주년 기념행사를 전후한 특사 교환과 815 광복절을 전후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통일연구원의 전망이 그럴듯해 보인다. 해빙 무드를 한껏 달궈 평화세력을 자칭하는 범여권이 대선에서 유리하게 하려는 음모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 전 총리는 DJ와 노 정권의 탄생을 이끈 선거 전략가였다. 그가 또다시 정권 재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인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