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용천 구호품 빼돌려 팔고있다

　　북한 관영기업이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받은 무상 원조 물품을 이용해 주민을 대상으로 고가품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랴오닝 성 단둥 시의 대북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모포와 의약품을 비롯한 원조 물품 중 7080%가 용천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둥에서 5년 이상 대북 원조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당시 제공된 물품은 북한 5대 재벌 중 하나로 꼽히는 광명상사가 신의주와 평양의 창고에 보관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용천과 신의주는 물론 (피해 지역과 무관한) 평양 등지에서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기근이 심해 물품 부족이 심해진 데다 구호물자가 중국 한국 등의 외제 상품들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같은 품목의 북한 제품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구호 관계자들에 따르면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국제사회에서 물품 제공이 쇄도하자 북한 당국은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폭발사고 피해와는 관계없는 품목이 많았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보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내다 팔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물품 전달 당시에도 이 같은 북한 당국의 빼돌리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구호단체는 피해 주민들에게 직접 물품을 배분한 뒤 전달 광경을 촬영하기까지 했지만 구호단체 관계자가 북한을 떠난 뒤 다시 광명상사가 물품을 수거해 간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당시 용천역 폭발사고가 일어나 일대가 폐허로 변하면서 전 세계에서 긴급 구호품과 성금이 답지했다. 개성에서 열린 용천지역 재해구호 지원을 위한 남북회담에서 북한은 철근 1000t, 책걸상 1500개, 칠판 50개, TV 50대, 식량 1만 t 등 구체적인 품목과 수량을 제시하며 남측에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은 적십자사가 모금한 420억 원과 민간단체 모금분을 비롯해 700억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도로 복구 장비와 라면, 담요, 밀가루, 생수를 비롯한 기본적인 구호품 외에 책상과 칠판 등 학생들을 위한 품목도 전달됐다.

　　한 가구회사는 북한으로 보낼 1500세트의 책걸상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특별 생산라인을 만들어 일요일까지 작업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 직후 중국과 러시아도 각각 120만 달러, 45만 달러 상당의 긴급 구호를 약속했으며 미국과 일본도 각각 10만 달러 상당의 의료세트를 지원했고 아일랜드와 프랑스도 구호의 손길을 베풀었다.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단둥에 나가 생활필수품 등을 사가지고 가는 북한 무역업자들이 유엔의 경제제재 여파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이 줄어들면 쌓아 두었던 구호 물품 값이 더욱 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1][2]